4월 도서관의 날과 도서관 주간을 기념한 <성남봄볕애서(愛書) 가족북크닉> 행사가 지난 20일 야탑평생학습관 체육관에서 열렸다.
북크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참여한 가족들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자유롭게 책을 읽으며 준비된 공연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이를 위해 도서관사업소는 사서들이 추천한 500권의 책을 준비해 현장에서 읽을 수 있도록 출입구에 진열해 놓았다.
또한 가족당 4권씩 미리 신청한 책을 입구에서 나눠줘, 이날 자리한 가족들의 돗자리마다 풍성하게 놓인 책들을 볼 수 있다.
일찌감치 돗자리를 깔고 자리 잡은 시민들은 함께한 어린 자녀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받은 설문지의 답을 열심히 찾아보기도 하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아내가 도서관의 문화교실을 다녀 관내의 가족 행사를 잘 챙겨 다닌다는 김지석(야탑동) 씨는 자기는 그저 차량만 제공할 뿐이라며 웃고는 딸 민서에게 책을 다시 읽어준다. 아내는 책을 팔러 벼룩시장에 갔다고 한다.
학원 친구라는 임수연(서현초) 양과 최은율(대하초) 양은 오늘 행사 중에서 마술과 버블쇼가 제일 보고 싶다면서 카메라를 향해 환한 브이를 만들어 보인다. 이 두 가족의 책상 위에도 대출받은 도서가 가득하다. 모두 새 책이다.
여유롭던 분위기는 아이들의 룰렛 돌리기가 시작되면서 활기를 띤다. 꽝이 나온 아이는 풀이 죽고 포켓몬 스티커를 받은 아이는 신이 난다.
가위바위보 게임이 시작되자 아이들이 열광한다. 작은 고추가 매운 법. 치열한 접전 끝에 어린 친구가 영광의 승자가 된다.
성남시립국악단의 신명 나는 식전 축하 공연은 북크닉의 열기를 한층 끌어올린다. 체육관을 울리는 북소리로 시작한 연주에 태평소의 구성진 가락이 더해지자 환호가 터진다. 참가자들은 아낌없는 큰 박수로 화답한다.
행사에 참여한 신상진 성남시장은 “이 자리에 계신 분들 모두 행복한 가정 만드세요. 저는 더 건강한 도시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인사를 전한 뒤 시민들과 밝은 모습으로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밖에서는 각자 집에서 가져온 책들을 다른 책들과 맞바꾸거나 저렴한 가격에 사고파는 도서 벼룩시장이 한창이다. 거래 현장을 유심히 살펴보니 아이들이 주인이고 손님이다. 부모들은 살짝 거들어만 준다.
“이 책들을 다 가져가면 한 권은 무료로 드릴게요.”
성시완(성남매송초) 군이 책을 파는 모양새가 아주 능숙하다. 오늘 매출이 어떠냐고 슬쩍 물으니 자기가 좋아하는 책은 거의 다 팔았고, 이제 곧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보러 다닐 거라는 야무진 대답이 돌아온다.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책을 사거나 서로 맞교환할 수 있는 아주 바람직한 시장이다.
놀다 보니 배가 고프다. 각자 가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으며 참가 가족들은 곧 이어질 멋진 마술쇼와 버블쇼를 기다린다. 오후의 하이라이트인 이 두 공연은 아이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도 알 수 없는 마술쇼는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아이들의 눈에는 그저 마법 같다. 밥 아저씨가 계속 만들어내는 방울들도 마술 같기는 마찬가지다.
크고 작은 투명 방울들이 공중에서 톡 하고 터지기 전에 얼른 잡아보고 싶다. 가족들의 웃음과 환호가 가득한 하루다.
온 가족이 모여 느긋하게 책을 읽고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 북크닉. 요즘처럼 화창한 날씨에는 좋아하는 책 한 꾸러미와 돗자리, 단촐한 도시락만 더하면 어디서든 근사한 북크닉을 즐길 수 있다.
취재 서동미 기자 ebu7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