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상해 임시정부에서도 여권을 발행했습니다. 선친께서 이 여권으로 지중해, 대서양을 거쳐 미국에서 공부하며, 독립운동 자금도 모금하셨지요.”
광복회 성남시지회 김영강 회원의 선친 김정극 독립지사의 여권.상해 임시정부에서 발행한, 국내에 현존하는 유일한 여권이다.
발행인은 ‘대한민국외무총장 대리 차장 정인과’로 돼 있으며, 여행증서 제14호로 기재돼 임시정부에서 14번째 발급한 여권으로 공식 확인됐다.
여권의 주인공은 25세 김정극. 직업은 학업으로 돼 있어 유학을 위한 여권임을 알 수 있다. 여권의 오른쪽 상단에는 김정극 지사의 사진, 왼쪽 상단에는 임시정부 발행인지가 또렷하다. 사진과 인지 위에는 외교부의 직인이 찍혀 있다. 동일한 내용을 영어, 불어, 러시아어로 각각 명기했다.
김정극 지사가 1919년 3.1운동 이후 만주와 상해등지에서 활동하던 중 임시정부에서 구미 유학생으로 선발돼 받은 여권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여권은 임시정부가 대한제국을 계승(후신)함과 동시에 1919년 3월 1일 독립선언일을 기점으로 해 중국에 세워진 임시정부임이 국제사회에서 승인됐다는, 대단히 큰 의의가 있다.
오직 공식정부만이 발행할 수 있는 여권으로, 공식정부로서의 면모를 분명하게 보인 것이다. 김 지사는 미국 버지니아주의 로어노크 대학에서 수학하며, 동포들에게 고국의 상황을 알리고 독립운동자금 모금에도 적극 나섰다.
김영강 회원은 “이 여권은 1986년 미국에서 양주동 박사의 지인이 우연히 발견하셨습니다. 선친께서는 영주권도 포기하고 국내 광복 투쟁을 위해 귀국하셨는데, 미국의 거주지에 두고 오신 것 아닌가 추정됩니다. 김구 선생의 아들 김신 장군을 통해 저에게도 연락이 닿았고요”라고 경위를 전했다.
이후 여권을 독립기념관에 기증했고, 현재 독립기념관 수장고(온도와 습도 등을 최적의 상태로조절해 귀중한 유물을 관리한다)에 보관 중이다. 올 상반기에 개관 예정인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에도 전시될 예정이다.
국가공무원으로 봉직한 김영강 회원은 선친의 애국심을 늘 가슴에 새긴다고 전했다.
“선친께서는 해방 이후 정부에서 미 군정청 고문, 김포공항장 등을 역임하고 독립운동사 자료의 수집과 정리에 전념하셨습니다. 조부님(김경념 지사)과 선친 모두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으셨습니다. 저도 3·1절, 광복절 등 성남시의 기념식에도 빠짐없이 참여해 순국선열을 기립니다. 어려운 형편에도 유학생을 파견해 인재를 양성하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구상한 임시정부의 열정을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취재 이훈이 기자 exlee10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