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로 떨어져 조각난 햇살이 눈부시다. 이름 모를 새소리. 짙어진 나뭇잎 사이를 스쳐 가는 산산한 바람소리와 함께 중앙공원 맨발 황톳길에도 여름이 내려앉는다.
지난밤 내린 비에 물을 잔뜩 머금은 황토가 부드럽게 발가락 사이를 간지럽힌다. 행여 넘어질세라 천천히 걷다 보니 마음도 따라 느긋해진다. 그래서 엄마 손을 꼭 잡고 조심조심 걸어가는 작은 여자아이가 유달리 더 이뻐 보이나 보다.
“아~ 미끄러워.”
한 손은 엄마를 다른 한 손으로는 산책로 옆의 로프를 꼭 쥔 아이가 중얼거린다. 그래도 재밌는지 작은 발을 찰박거리기도 하고 연신 꼬물거린다. 그 모습이 귀여워 말을 건네 본다.
“느낌이 좋아요, 그리고 엄청 재밌어요.”
아이가 말한다.
삼평동에서 아이와 함께 온 이혜인 씨는 오늘 맨발 황톳길이 처음인데 맨발로 아이와 걷는 기분이 참 좋다며 앞으로 자주 올 것 같다고 웃는다.
딸아이의 운동화를 손에 들고 다른 손은 맞잡은 채 걸어가는 모녀의 뒷모습이 마치 행복한 동화 속 그림 같아 한참을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본다.
햇살이 따가운 오후 2시. 길이 끝나는 그늘 자락에 줄이 늘어서 있다. 황토를 잔뜩 묻힌 맨발로 서 있는 산책객들이 기다리는 건 건강검진. 오늘은 분당구 보건소에서 중앙공원을 찾은 시민들에게 무료로 건강상담을 해 주는 날이다.
“나 점심 자장면 먹었는데? 먹지 말라구요?”
한마디에 조용하던 황톳길이 확 살아난다.
“얼마 나오셨어? 나 170.”
“아이구~ 높네. 나 161!”
“뭘 자기도 높구먼.”
누가 더 혈압이 높은지 내기라도 할 기세다. 그런데 걱정보다 유쾌한 기분이 먼저인지 오고 가는 대화가 아주 신이 난다.
병원 검사 결과를 앞두고 검진을 받아봤다는 수진동 박영애 씨는 “오늘 상담을 받아서 기분이 좋은데, 앞으로 자장면은 못 먹겠네” 하며 크게 웃더니 산책로로 향한다.
비전성남을 보고 오늘 무료 건강검진을 받으러 왔다고 해 더욱 반가운 임옥순(이매동) 씨가 오늘은 다른 때보다 수치가 높게 나와 이상하다고 하자 운동을 하고 난 후에는 평소보다 더 높게 나올 수도 있다는 답이 돌아온다. 그리고 집에서 오전에 재는 수치가 가장 정확하다고 알려 준다.
“당뇨는 가족력이 있으면 정말정말 철저히 관리하셔야 해요!”
변수민 간호사의 목소리다. 주의해야 할 부분은 크게 거듭 강조해 준다.
두 시간 동안 시민들을 대상으로 혈압과 맥박, 혈당 수치를 재고 그에 맞는 식습관과 생활 습관을 알려주는 보건소의 찾아가는 건강상담. 운동 나온 김에 건강 관리도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듯하다.
이날은 모두 72명의 시민들이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서 상담을 받았다.
보건소가 주최하는 건강상담은 무더위가 찾아오는 7, 8월은 쉬고 9월부터 다시 재개한다. 단풍이 물드는 맨발 황톳길을 찾아 또 새로운 시민들과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을 벌써부터 기다려 본다.
지난 5월 16일 중앙공원 맨발 황톳길의 건강상담은 분당구보건소 건강증진센터의 변수민, 서명희, 이예림 간호사가 함께했다.
취재 서동미 기자 ebu73@hanmail.net